참으로 재미있는 주제로 나온 책을 보고 전부터 관심을 가졌었다. 제목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이란 책이다.
일본에서 200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센류 공모전에서 걸작선으로 뽑힌 여든여덟 수가 담긴 모음이다. 일본 어른들의 일상생활 중에서 겪는 해학적인 문구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으로 짧지만 굵은 울림을 주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미국이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매 한가지리라...
이 중 재미있고 내 맘에 드는 울림이 큰 몇 개의 글을 공유한다.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 야마모토 류소 - 일흔세 살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 오하라 시즈코 - 예순다섯 살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 요시무라 아키히로 - 일흔세 살
연명 치료
필요 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 우루이치 다카미쓰 - 일흔 살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내복약에 절어 산다
- 나카타니 고키치 - 예순다섯 살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 나가노 요시나리 - 쉰여덟 살
[젋어 보이시네요]
그 한마디에
모자 벗을 기회 놓쳤다
- 요야 노시 - 일흔 여덟 살
심란하구나
손주가 보고
좋아하는 구급차
- 아라키 다이젠 - 스물일곱 살
이 밖에도 좋고 많은 느낌을 주는 글들이 한가득이다. 꼭 읽어보길 권장한다.
참고 1) 부정맥 - 비정상적인 심장의 리듬으로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이거나,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린 경우를 말함.
참고 2) 센류 -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5 - 7 - 5의 총 17개 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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